리쓰린 공원 – 일본 정원의 정수를 담은 다카마쓰의 자부심
다카마쓰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쓰린 공원(栗林公園)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정원으로, ‘국가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문화재입니다. 에도 시대 초기, 다카마쓰 번의 영주였던 이코마 씨와 마쓰다이라 씨에 의해 100여 년에 걸쳐 조성된 이 정원은 일본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과 정교한 설계미를 가장 완성도 높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약 75헥타르의 넓은 부지에 6개의 연못과 13개의 언덕, 1,000그루 이상의 소나무와 계절별 꽃이 어우러진 이 공원은,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풍경으로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리쓰린 공원의 최대 매력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일본 정원의 ‘걷는 동선’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보일경(一歩一景)’이라 불릴 만큼, 몇 걸음만 움직여도 풍경이 달라지며, 연못 위에 놓인 다리, 수면에 비친 산, 차분한 돌길을 걷다 보면 마치 한 편의 회화를 산책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사진 명소로 꼽히는 '고후쿠세키'나 연못 위를 지나가는 '간로교' 다리는 단풍이나 벚꽃 철에는 풍경화처럼 완성된 뷰를 선사합니다.
정원 내에는 전통 다실 ‘한게쓰테이’가 운영되고 있어, 정원을 바라보며 말차와 일본 과자를 즐기는 전통 다도 체험도 가능합니다. 또한 리쓰린 공원은 새벽 6시부터 개방되어 아침 산책 명소로도 인기가 높으며, 이른 아침 안개와 함께하는 조용한 정원의 풍경은 특히 감성적인 시간을 선사합니다. 역사,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이곳은 다카마쓰라는 도시의 격조와 전통을 대표하는 장소로, 여행 중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명소입니다.
사누키 우동 – 일본 대표 면 요리의 본고장에서 즐기는 미식 체험
다카마쓰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정체성은 바로 사누키 우동(讃岐うどん)입니다. 일본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우동의 스타일이자, 가가와현 전체가 '우동 현'으로 불릴 만큼 우동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 바로 다카마쓰를 중심으로 한 이곳입니다. 굵고 탄력 있는 면발, 진한 다시 국물, 그리고 셀프 시스템 기반의 합리적인 가격대는 사누키 우동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핵심 요소입니다.
다카마쓰 시내에는 수십 곳 이상의 우동 전문점이 있으며, 그중 많은 곳이 아침 일찍부터 영업을 시작해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의 조식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에도 우동’이나 ‘야마우치 우동’ 같은 로컬 명점은 오전 중에 재료가 소진되면 조기 마감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곳에서는 우동의 면 종류(냉/온), 국물(간장/된장/가다랑어 육수), 토핑(튀김/계란/파 등)을 직접 선택해 조합하는 셀프 스타일로 즐기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주문부터 식사까지가 하나의 체험처럼 느껴집니다.
사누키 우동을 보다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사누키 우동 체험관이나 우동 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우동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직접 치대고, 면을 썰고 삶고 먹는 일련의 과정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음식 애호가들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한 시내 곳곳에서는 우동을 테마로 한 기념품(우동 사탕, 우동 마스코트 인형 등)도 판매하고 있어, 소소한 여행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사누키 우동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으로, 다카마쓰 지역의 일상, 속도, 정서를 반영하는 생활 문화이자 도시의 대표 콘텐츠입니다. 한 그릇의 따뜻한 우동 안에 담긴 풍부한 정성과 지역성을 느껴보는 일은 다카마쓰 여행의 중요한 여정 중 하나입니다.
세토우치 예술의 길목 – 다카마쓰에서 시작하는 예술 섬 여행
다카마쓰는 단순한 소도시를 넘어, 현대 예술의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세토우치 국제예술제(瀬戸内国際芸術祭)의 주요 관문 역할을 하며, 주변의 예술섬(直島, 豊島, 男木島 등)으로 향하는 출발지로 기능합니다. 다카마쓰항은 이 예술제의 중심인 나오시마로 가는 페리의 출발지이며, 항구 자체에도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세토내해(瀬戸内海)의 온화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대미술 작품들은 자연, 지역,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특히 나오시마에서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지추미술관, 베네세하우스 등이 세계적 수준의 전시 공간으로 꼽힙니다. 다카마쓰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도심 관광을 넘어, ‘예술적 여행’의 첫 걸음이 됩니다.
다카마쓰 시내에도 다카마쓰시 미술관, 키타하마 앨리(Kitahama Alley)와 같은 감성 공간이 있으며, 세련된 카페와 서점, 소규모 갤러리들이 예술 도시로서의 면모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특히 리노베이션된 창고형 카페에서 바라보는 항구의 일몰은 다카마쓰 특유의 여유로운 감성과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예술과 일상,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다카마쓰는 여행의 테마가 명확한 사람뿐 아니라, 계획 없이 머물기에도 만족스러운 도시입니다. 도보와 페리로 이동하며 일본 예술의 현재와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체험하고자 한다면, 다카마쓰는 그 여정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