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사랑한 섬 언덕,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배경 이야기
제주 동쪽 끝, 성산일출봉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섭지코지는 '드라마 촬영지의 성지'로 불릴 만큼 수많은 작품에 등장한 명소입니다. 이곳은 ‘섭지(狹地)’와 ‘코지(cozy, 곶·끝)’가 합쳐진 이름으로, 좁은 땅이 바다로 길게 뻗은 지형이라는 제주 방언에서 유래했습니다. 실제로 이 길쭉한 해안 언덕은 바다와 맞닿은 끝자락까지 걸어갈 수 있어,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감성 산책길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섭지코지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단연 드라마 ‘올인’입니다. 이병헌과 송혜교 주연의 이 작품에서 섭지코지는 두 주인공의 운명적 사랑이 시작되는 배경이 되었고, 이후 ‘인생샷 명소’로 급부상했습니다. 드라마 속 교회 세트장도 오랫동안 보존되며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으며, 이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봄의 왈츠’, ‘도깨비’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하면서 더욱 많은 이들의 로망 여행지로 자리 잡게 되었죠.
섭지코지는 단순히 ‘촬영지’로만 기억되기엔 아쉬울 정도로 자연 경관 자체가 탁월합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길을 걷다 보면, 한쪽은 탁 트인 제주 바다, 다른 한쪽은 야생초와 푸른 언덕이 이어지며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파란 바다가 눈부시며, 가을에는 억새가 길을 수놓고, 겨울엔 고요한 바람이 감성을 채워줍니다.
혼자 걷기에도, 연인과 함께 걷기에도 좋은 이 길은 ‘제주 속 유럽’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로맨틱하면서도 치유적인 풍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을 때, 섭지코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됩니다.
드라마와 영화가 담아낸 풍경을 내 눈으로, 내 발걸음으로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섭지코지의 그 길 위엔 아직도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남아 있으며, 오늘 그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 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언덕이 그리는 감성 풍경, 섭지코지 산책의 매력
섭지코지의 진짜 매력은 천천히 걷는 그 순간에 있습니다. 자동차로는 느낄 수 없는 감정, 셔터 한 장으론 담기지 않는 감동이 이 언덕 위 산책길에 흐르고 있습니다. 바다 옆을 따라 이어지는 이 산책로는 길이 약 1.2km로, 왕복 3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기억의 농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산책의 시작은 넓은 주차장 근처에서 시작되며, 길게 펼쳐진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쪽으로 휘어진 코지(곶)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인도합니다. 중간중간 바위 위에 솟은 파도, 기암절벽의 조형미, 발밑에서 부서지는 해조류 냄새와 바닷물 냄새가 감각의 모든 결을 자극합니다. 이 길은 지친 마음을 자연스럽게 어루만지며, 어느새 잡념 없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시간대는 오전 9시 이전 또는 오후 4시 이후입니다. 이른 아침엔 관광객이 적어 고요한 풍경 속 걷기 좋고, 늦은 오후엔 햇살이 수평선으로 기울며 황금빛을 연출하는 시간대라 사진 촬영에도 탁월합니다. 이때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과 우도 방향의 수평선은 제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전경입니다.
섭지코지의 언덕 끝에는 하얀 등대와 푸른 하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누구나 앉아 잠시 쉬어가며, 바람을 느끼고,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의 정점이 되는 공간입니다. 도시에서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느림의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섭지코지가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혼자 걷든, 누군가와 나란히 걷든, 이 길은 모든 이에게 같은 위로를 건넵니다. 가장 제주다운 산책, 가장 조용한 위로. 섭지코지는 그렇게 여행자의 마음을 감싸줍니다.
섭지코지 인근 추천 여행지와 함께 즐기는 동부 제주 감성 코스
섭지코지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제주 동부의 다양한 여행지들과 연계하면 더 깊이 있고 감성적인 여행 루트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섭지코지를 중심으로 반나절~하루 일정의 동선 추천과 함께 근처 명소를 소개합니다.
먼저 대표적으로 연계되는 곳은 성산일출봉입니다. 차량으로 단 10분이면 이동 가능하며, 일출봉 정상에서의 일출 감상 후 섭지코지로 내려오는 일정은 동부 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침 코스입니다. 성산일출봉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섭지코지에서 산책을 하며 그 아침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섭지코지 인근에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위치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는 자연과 함께 체험적 요소를 더할 수 있는 스폿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아트 빌리지, 감성 카페, 수국길 등이 개발되며, 사진 촬영을 즐기는 20~30대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감성적인 식사를 원한다면 섭지코지 주차장 인근의 오션뷰 브런치 카페, 해산물 뚝배기 식당 등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특히 창가석에 앉아 섭지코지 전경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식사는 여행의 여운을 깊게 만들어 줍니다. 우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섭지코지를 들른 뒤 성산항에서 우도행 배편을 타고 연계 여행을 이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동부 제주는 제주의 ‘본질’을 가장 조용하게 담고 있는 곳입니다. 섭지코지는 그중에서도 자연, 감성, 스토리, 풍경이 가장 균형 있게 어우러진 핵심 공간이며, 주변 명소들과 함께라면 한층 더 완성도 높은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주를 걷고, 바라보고, 느끼고 싶은 날, 섭지코지와 그 주변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